가와사키병, 그 후 1년.
이 글은
우리 토깽이가 가와사키병을 진단받고
치료과정을 기록해서
도움이 될 누군가를 위해 작성해본다.
나도 매우 불안했고 글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일 중요했던 것은
골든타임
아이가 아래와 비슷한 양상을
띄는 것 같으면 지체하지 말고
대학병원 수준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
토깽이가 소아과를 세 번 옮겨 진료했지만
가와사키로 진단해 준 곳은 딱 한 곳,
동해에 있는 '꾸러기소아과'
지면을 빌어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몰랐지만,
그래서 이토록 고생했지만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라면
가와사키 증상은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한다.
아는 것이 곧 아이를 지키는 힘.
가와사키 병
4세 이하의 영유아에게서 발생하는
급성 열성 발진증.
현재까지도 원인을 밝히지 못함.
합병증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 관상동맥 늘어짐 등

토깽이
첫 돌 무렵.
2020년 7월 6일 일요일 새벽
갑자기 시작된 미열.
전날 계곡에서 발만 담근다는 게
온몸이 다 젖고 물 안의 돌도 입으로 가져가고 해서
걱정은 좀 됐는데
(돌에 작은 벌레 같은 것이 많았음)
토깽이는 출생 후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고
물이 차가웠나? 돌치레인가?
가볍게 생각하고 열을 계속 체크했다.
37도를 어느새 훌쩍 넘어서
38~39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토깽이.
어린 아기한테 약은 최소화하고 싶어
해열제는 조금 미루고 물수건 찜질을 하며
자연적으로 열이 식길 바랬다.
참, 물수건 사용 시
찬 물수건은 절대 안 된다!
꼭 짜지 않은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가슴,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30~40분간 계속해서 닦아주는 게 포인트.
토깽이 아플 때를 대비해서
유튜브나 블로그 글을 많이 봐왔던 터라
해열제 교차 복용이나 물수건 사용요령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었다.
증상 하나, 효과 없는 해열제
물수건 찜질을 해도 열이 식지 않아
1차로 아세트아미노펜을 투여.
토깽이한테 처음 먹여보는 해열제.
해열제 먹어도 원래 이렇게 열이 안 떨어지나?
꺾이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열.
결국 두 시간 지나 부루펜 교차 복용.
잠시 내리는가 싶더니 다시 39도로 오른다.
(이때부터 계속 해열제를 2시간 간격으로 교차 복용함)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려 A 소아과로 내원.
원인이 딱히 보이지 않아
요로감염이나 세균성 감염일 수 있다고
소변검사랑 피검사를 권유. 결과는 정상.
이때까지만 해도 특징적인 것이 없어서
더 지켜보기로 하고 집으로 옴.
집으로 와서도 줄곧 열이 내리지 않음.
계속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
어? 이게 뭐지?
증상 둘, 피부 발진




첫째 날 오후부터 생긴 발진.
손과 발에 조그맣게 붉은 반점 같은 것이 생겼는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퍼진다.
화상 입은 것 마냥 아주 붉게.
해열제를 계속 먹여
그나마 낮엔 38도를 유지했지만
밤이 되자 또 39도를 훌쩍 넘어버림.
그렇게 또 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다시 찾은 A 소아과.
본인이 보기에는 딱히 문제 될 것 없는 발진이라며
아무 처방 없이 진료를 끝냄.
내가 예민한 건가.
열이 이렇게 지속되는데 그냥 두면
절로 낫는 걸까?
토깽이가 아픈 건 처음이라
찜찜한 마음을 품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새벽, 40도가 넘어버림.
쪼그라드는 심장을 부여잡고
토깽이 몸을 물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며
최소한 열이 안 오르게 유지시키고
빨리 날이 밝기만을 기다림.
증상 셋, 빨개지는 입술
사흘째 되던 날.
아이 얼굴은 점점 하얘지면서
높은 열 때문인지 입술은 빨갛게 물들어감.
다리가 후들리고 심장이 쿵쾅 뛰었지만
애써 담담한 척 A 소아과로 재방문.
'왜 새벽에 응급실로 안 가고? '
삼척은 응급실이 한 군데밖에 없고
신뢰도가 낮을뿐더러 굳이 필요치 않은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어 아주 위급하지 않으면
유아는 소아과에서 진료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함.
그러나 A 소아과 원장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듯
혈관염 같긴 한데 더 지켜봅시다.
발진이 손목 발목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고 있고
고열로 애가 정신도 못 차리고 있는데
이 분은 참 여유롭다.
이대로 두고 보는 게 맞는가?
본인이 잘 모르겠으면 소견서라도 써서
상급병원으로 안내를 하는 게 맞지 않은가?
이 사람, 그냥 일하는 중이구나.
나오자마자 B 소아과로 직행.
발진의 양상을 보자마자 본인은
이런 발진은 본 적이 없다고
소견서를 써 줄테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함.
B 소아과 갈 때만 해도 사실
내가 유난인가라는 마음이 30은 있었는데
뭔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낌.
이런 거 보면 엄마는 역시 유난이어야 하나보다.
마지막으로 한 곳은 더 들러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꾸러기 소아과 방문.
워낙 진료를 잘 본다고 입소문이 있던 곳이라
잘 봐주시리라 믿었다.
삼척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너무 예쁜 곳이지만
의료시설만큼은 너무 열악하다.
꾸러기 소아과 원장님은
다른 소아과에서는 확인하지 않던
어깨까지 유심히 살피더니
bcg 접종 부위가 붉게 도드라져있고
떨어지지 않는 열, 빨간 입술 등을 봤을 때
가와사키 병이 의심된다고 하였음.
가와사키가 뭐지?
빨간 입술도 열 때문이 아니고
가와사키 때문이었던 거야?
증상 넷, BCG 접종 부위 발진

그러고 보니
bcg를 접종했던 부위가 유난히 빨갰는데
이 역시 가와사키의 영향이었음.
원장님은
가와사키병이 의심되지만
토끼는 딸기혀가 아니고
5일 이상 열이 지속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기에
처방해준 약을 먹고도 상태가 안 좋거나
열이 지속되면 바로 내원하라고 함.
그랬구나.
가와사키였구나.
그제야 모든 게 풀리는 실마리.
증상 다섯, 딸기혀와 충혈되는 눈
토깽이는 딸기혀가 아니었다.
눈도 충혈되지 않았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정형 가와사키라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 토깽이.
종합해보면?
5일 이상 지속되는 열
bcg부위 발진
빨간 입술
딸기혀
충혈된 눈
위의 증상이 충족되면 가와사키로 진단 내리는데
이 중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이
발현되지 않았을 때는 비정형 가와사키라고 한다.
이후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응급실을 찾게 되고
결국 입원 치료까지 받게되는데...
*글이 너무 길어져
입원치료 부분은 나눠서 작성하겠습니다*